울지 않는 법

기약없는 장마가 길게 이어지고 있다. 나는 대게 끝이 보이지 않는 것들에 공포한다. 유통기한 표기가 지워진 우유곽이나 날짜를 정해놓지 않은 약속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이 장마와 같은 약속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이 쉽지 않아 골머리를 썩으면서도 끝내 새끼손가락을 걸고야 마는 것이 내 삶의 방식이다. 그래서 나의 삶은 여러번 불우하고 그러나 평화롭다. 버거운 ...

어떤 상처는 인간의 평생을 숙주로 잡는다. 아주 작은 생채기가 내 인생을 저당잡고 삶을 끌고 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는 아직도 중년 남성의 큰 목소리를 들으면 화들짝 놀라 눈물이 먼저 나온다. 벌벌 떨며 울다가도 돌연 화를 내고 끝내는 치료를 포기하는 일들이 있다. 나는 이 상처 앞에 섰을 때 가장 무력해진다. 덧없이 허무하고 아파서, 수백번을 돌아 누...

나는 오래 외로워하지 않는다. 나는 다만 깊고 넓은 외로움을 타고 남보다 짧은 사랑을 느낀다. 누군가 내게 수치 100의 애정을 내보인다면 40은 주는대로 받아 먹고 나머지 60은 씹다가 뱉고, 넘겼다가 다시 토하는 식이다. 사랑하는 그릇이 작은 내게 남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나의 전부를 주는 일이다. 주변에 많지 않은 사람에게 최선의 사랑을 주는 사람이...

어느 모임에 들어가 "저는 책을 좋아합니다." 라고 선언하면 일순간 많은 시선을 받게 된다. 내가 일그러진 얼굴로 웃으면서 "얼굴이랑 안 어울려서 그러죠?" 반문하면 무리는 배를 뒤집으며 웃는다. 그 때 내 표정이 어땠는지 나는 모르지만 내 얼굴을 보고 웃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을 것이다. 어린 소현이를 생각하자면 안면의 온 근육이 잉어 새끼처럼 웃는 사람들...